유영국 베니스 전시 "마크로스코 같다" 호평…RM 소장품도 화제 "외국인 투어를 하면서 보면 관람객들은 마크로스코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색의 깊이감과 평면적이지만 그림 안에 영적인 영역이 있는 것 같은 정신성을 강조한 그림이라고 느끼더라. 그러면서도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완전한 추상이라면 유영국의 작품은 자연적인 이미지가 껴 있으니까 계속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저울질하면서 보는 것 같다."(김인혜 큐레이터)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유영국:무한세계로의 여정'전시가 해외 미술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 60회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로 선정된 유영국 전시는 베니스의 유서 깊은 장소인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에서 열려 더욱 주목 받고 있다. 1869년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의 마지막 후손인 지오바니 백작의 요청으로 설립된 건물안에는 아카이브, 도서관 미술관이 있다. 도서관에는 40만 권에 달하는 근대 서적 필사본 인쇄본 16세기 문서 판화 사진들이 보관되어 있다. 18일 오전 현지에서 만난 전시기획자 김인혜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는 "과감한 원색의 사용과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의 미묘하고 풍부한 변주를 통해 우아한 순수 추상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에 놀라운 반응이 전해지고 있다"며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몬드리안을 오마주했지만 고향 경북 울진에서 자연과의 장엄함을 강조한 회화 형식을 통해 탐구했던 한국 기하학적 추상화의 선구자인 유영국의 예술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자 절정기인 1960~1970년대의 회화 작품들에 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김인혜 큐레이터는 2019년 베니스 포루투니 미술관에서 윤형근 전시를 기획, 흥행한 바 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수출 전시로도 화제가 된 전시는 한국 근대미술을 해외에 대대적으로 알린 성공 사례로 평가 받았다. 이번에도 PKM갤러리(대표 박경미)와 손잡고 유영국 전시를 기획한 김 큐레이터는 "그동안 백인의 시각에서 오소독스한 기준이 있고 오리지널티가 팽배했던 20세기였다면 이젠 모두 같은 가치를 놓고 서로 서로 충돌하고 융합하는 세계로 바뀌었기 때문에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는 이번 주제와 유영국의 작품은 통한다"며 "몬드리안을 가장 존경해 추상을 시작했지만, 그 이후로는 몬드리안과 달라진 유영국은 고향 울진에서 자연에 순응하고 동양적인 시각으로 돌아간 한국적 추상화로 이번 베니스비엔날에서 통하고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뉴스는 ‘중 하나로 이 전시를 꼽았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사장 유진)이 개최한 이번 전시에는 빨강 노랑 초록의 과감한 원색과 여러겹의 산맥을 내려다보는 심원법, 평원법이 이상하게 균형감으로 빛나는 유영국의 '산 회화' 29점과 석판화 11점을 선보인다. PKM갤러리는 전시 연출에 공을 들였다. 건축가 카를로 스칼파가 설계 리모델링한 지상층에 90년대 초에 제작된 유영국의 A.P판화를 일반적 설치 방식이 아닌 솟아 오른 작은 산들 혹은 바다에 떠 있는 섬들처럼 연출한 전시에 이어 1층 라이브러리층엔 한국에서 제작해온 책가도 같은 책장에 작가의 소품 유화들과 도자기 유품들 화집을 선보였다. 이 공간에서는 유영국의 흔치 않은 드로잉도 살펴볼 수 있다. 3층 전시실에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주요 유화작품 22점이 전시됐다. "색채없는 그림은 상상할 수 없다"는 유영국의 전설적인 명언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newsis_bold_start:]]]]“유영국의 1960년대와 70년대 추상화는 빛나고 밝으며 매혹적인데, 대조적인 색면이 그들만의 기이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해외 미술평론가들의 호평과 함께 전시에 온 해외 관람객들은 '말이 없어지는 그림'이라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누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방탄소년단 RM의 소장품도 선보여 세계 아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newsis_bold_end:]]]] 한편 유영국 작품은 PKM갤러리와 페이스갤러리가 공동으로 유영국 에스테이(The Yoo Youngkuk Estate)의전속을 담당하고 있다. 2002년 타계한 유영국은 지난 2023년 11월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이 열렸다. 베니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에서 여는 유영국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인 11월24일까지 이어진다. 2024/04/21
'경기 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1차 심사서 61점 선정 한국도자재단이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출품작을 대상으로 1차 온라인 심사를 진행한 결과 21개국 모두 61점의 작품을 선정했다. 21일 한국도자재단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는 전 세계 73개국에서 작가 1097명이 참여, 모두 1505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1차 심사에는 한국, 미주, 유럽, 아시아 등 국내외 전문가 6명이 비공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 결과 아시아 40점(7개국), 유럽 10점(9개국), 아메리카 10점(4개국), 중동 1점(1개국) 등 총 61점(21개국)이 입선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수상작 순위는 오는 7월 2차 작품 실물 심사를 통해 결정되며, 8월 최종 결과가 공표될 예정이다. 수상작은 9월 개막하는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 기간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도자재단 누리집(www.kocef.org) 또는 경기도자미술관 누리집(www.gmocc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국제공모전에는 전 세계 현대 도예의 젊은 동향과 세련된 미감을 보여주는 도자 예술 작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어떤 작품이 대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지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오는 9월6일부터 10월20일까지 45일 동안 '투게더_몽테뉴의 고양이(TOGETHER_Montaigne’s Cat)'를 주제로 이천, 여주, 광주를 중심으로 경기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2024/04/21
'우리들의 컬러, 그것은?' 대구현대미술가협회 전시회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단체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선보인다. 20일 수성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수성아트피아 1, 2전시실에서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의 '우리들의 컬러, 그것은?' 전시가 개최된다. 전시는 각자의 독특한 색깔을 통해 현대미술의 본질과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시대적 흐름을 탐구해 온 작품을 선보여 지역 예술단체로서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구의 현대미술이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기 위해 강동구, 권기자, 김강록, 임경인, 정태경, 조경희, 허양구 총 20명의 중견 작가가 참여한다.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사적 흐름과 영향력이 연령대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게 됐는지 엿볼 수 있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와 실험을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 관계자는 "대구 지역의 예술과 문화가 더욱 풍부해지고 다양한 시각에서 현대미술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단체로써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고 지역 문화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중요한 발자국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24/04/20
미국 대부호가 뿌린 선의의 씨앗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National Gallery of Art)는 엄밀한 의미의 ‘국립’ 미술관은 아니다. 지금도 국가가 운영자금을 지원하지만 작품 구매와 필요비용은 펀딩을 통해 충당한다. 대부호이자 슈퍼 컬렉터로 꼽히는 미첼 레일즈가 대표직을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미국을 대표하는 내셔널 갤러리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내셔널 갤러리의 탄생에는 슈퍼 리치이자 컬렉터였고 미국 재무상을 11년간 지낸 앤드류 멜론(1855~1937)이 있다. 그는 앤드류 카네기, 헨리 클레이 프릭, 존. D. 로커펠러 등과 함께 20세기 초 미국 경제의 기틀을 다진 ‘경제 대통령’ 중 하나다. 카네기가 철강 산업을, 프릭이 코크스 산업을, 로커펠러가 석유 산업을 이끌었다면 멜론은 점유한 분야가 없었다. 은행업(‘Mellon National Bank’)을 아버지 대부터 운영하긴 했지만 금융 산업에 헌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당시 미국 3위 재벌로 꼽힌다. 그는 은행을 통해 될 만한 사업에 돈을 빌려줘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돕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받는, 요즘 말로 하면 ‘엔젤 투자자’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츠버그에 기반한 알루미늄 회사인 ‘알로카’(Aloca)와 글로벌 정유회사인 ‘걸프 오일 컴퍼니’(Gulf Oil Company)다. 이외에도 조선회사인 ‘뉴욕 쉽빌딩 코퍼레이션’(New York Shipbuilding Corporation), 위스키 브랜드인 ‘올드 오버홀트’(Old Overholt), 철도용 차량 제조사 ‘스탠다드 스틸 카 컴퍼니’(Standard Steel Car Company), 화학회사인 ‘코퍼스’(Koppers) 등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의 대표 회사들이 멜론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론의 전기(‘An American Life, Mellon’)를 쓴 데이비드 카나딘은 “될성부른 떡잎에 투자하고, 그 결실을 나누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본인도 성공하도록 구조를 짰다. 이 비즈니스 방식은 내셔널 갤러리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자기 돈을 넣고, 컬렉션을 기부함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본인의 컬렉션을 레버리지 삼아 내셔널 갤러리가 더 훌륭한 컬렉션을 갖추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평한다. ◆美 대표 미술관, 그 시작은 인테리어? 은행을 운영할 만큼 부유한 집안의 넷째 아들인 앤드류 멜론은 미술엔 큰 관심이 없었다. 당시의 피츠버그는 번화한 뉴욕이나 트렌드를 이끌던 유럽 도시와 달리 석탄산업 비중이 큰 공업도시였다. 문화 자체를 즐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미술보다는 문학과 연극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작품을 처음 산 것은 뒤늦은 결혼 때문이었다. 멜론은 45세에 결혼했는데, 상대는 영국 기네스 맥주회사의 딸로, 불과 20살이었다. 결혼 때문에 미국으로 (그것도 깡촌으로!)이주하게 된 어린 신부를 위해 멜론은 집을 꾸밀 목적으로 컬렉션을 시작한다. 아내가 집에서라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19세기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사들였다. 그러나 결혼이 파경으로 치닫자, 컬렉션을 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팔아치우기까지 했다. 두번째 컬렉션도 인테리어 데코용이었다. 이번엔 딸을 위한 소비였다. 피츠버그 우드랜드에 좀더 큰 집을 마련한 멜론은 딸을 상류사회에 데뷔시키고 그곳에서 자리잡게 하기 위해 작품을 다시 사들인다. 마찬가지로 풍경화, 여성 초상화 등 자신이 즐기기 위한 용도로 샀을 뿐이다. 세번째 컬렉션은 재무상을 역임하면서 시작한다. 1921년부터 1932년까지 11년을 지냈는데, 세명의 대통령을 연속으로 보좌했다. 워런 G. 하딩, 캘빈 쿨리지,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멜론을 재무상으로 기용한 것이다. 다만 그가 재임 중이던 1929년 대공황이 터졌고, 그 여파로 1932년 사직한다. 그때부터 1년간 미국 대사직을 맡아 영국으로 건너간다. 이때 컬렉션은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펜트하우스 인테리어용이었다. 집이지만 동시에 공적 공간이기도 한 펜트하우스를 꾸미기 위한 선택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 시기 영국 출신 딜러인 조셉 두빈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둘의 첫 만남은 1913년 뉴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멜론의 슈퍼 컬렉터 자질을 간파한 두빈이 그를 스토킹하다시피 쫓아다니며 막강한 세일즈를 펼친다. 노련한 사업가인 멜론은 두빈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지만, 그렇다고 쳐내지도 않았다. ‘밀당’ 끝에 두빈은 토마스 로렌스 경의 초상화 ‘레이디 템플턴과 아이’를 25만 달러에 판매했다. 큰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앤드류 멜론, 역사에 남을 미술관을 만들다 멜론의 마지막 컬렉션 시기는 1930년 이후로 꼽힌다. 그보다 앞선 1926~1928년 사이 그는 건축에 관심을 기울인다. 정확하게는 워싱턴의 재개발과 도시 미화였다. ‘랑팡 플랜’은 오래 전에 미완으로 끝났고, ‘맥밀란 플랜’도 힘을 일어가던 때였다. 멜론의 표현에 따르면 백악관과 의사당 사이는 “주유소, 여관, 중국 세탁소”로 가득했다. 심지어 연방 행정부들이 사무실을 빌리느라 매년 수십만 달러의 세금을 낭비했다. 연방빌딩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던 멜론은 연방 행정부들이 모여 있는, 이른바 ‘페더럴 트라이앵글’ 구조를 짜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이때 프로젝트 안에는 국립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두빈은 자신이 멜론에게 내셔널 갤러리의 필요성에 대해서 가장 먼저 일깨웠다고 주장하고(1923), 아들인 폴 멜론은 아버지가 1927년에 들어서야 내셔널 갤러리를 짓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멜론의 1928년 9월3일 일기에는 “딸이 전화를 걸어 정부에 미술관을 줄 생각이냐고 물었다”고 적혀있다. 시기는 명확치 않지만 멜론은 오래 전부터 국립미술관 건립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컬렉션 시기에는 이전과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북유럽 풍경화나 아름다운 영국 여성의 초상화 혹은 평화로운 풍경화를 고집했던 과거와 달리 이탈리아 거장의 회화, 종교화를 집중적으로 사들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 길이 남을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세계대전으로 러시아가 재정적으로 궁핍해져 에르미타주 미술관 소장품이 시장에 비밀리에 흘러나오게 된다. 이른바 ‘마스터피스’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다. 멜론은 거의 700만 달러 가까운 예산으로 21개 작품을 사들였다. 이때 컬렉션 한 작품 중엔 타티아노의 ‘거울을 든 비너스’와 라파엘의 ‘알바의 성모’도 포함된다. 이때 사들인 작품들은 모두 훗날 내셔널 갤러리에 기증됐다. 성공한 투자자에 은행가이자 정치인이며 재무상까지 지낸 멜론이지만 말년엔 상당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1933년부터 3년간 탈세 이슈로 재판이 이어진다. 1930년대부터 사들인 마스터피스들을 개인 교육기부신탁에 넣어놨는데, 작품 가치에 따라 감면 받은 세금이 문제가 된 것이다. 세금을 감면 받은 작품에 대해 일반인들의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전부 수장고에 있었으니 ‘페이퍼 신탁’이라는 비난이 비등했다. 재판 중에 러시아 컬렉션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고, 원래부터 내셔널 갤러리를 지을 생각으로 한 것이냐에 대한 지루한 논쟁도 있었다. 3년이나 이어진 재판은 존 러셀 포프를 건축가로 지정하면서야 끝났다. 1937년 의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미술관 설립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멜론은 건축비로 10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동시에 자신이 소유하던 작품도 상당수 기증했다. 그러나 멜론은 1937년 세상을 떠나 미술관의 완공은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멜론의 통 큰 기부는 다른 컬렉터들의 참여를 끌어냈다. 필라델피아의 부동산 재벌인 조셉 와이드너(1871~1942)는 미술관 설립이 결정되자 2000점에 이르는 자신의 컬렉션을 기증했고, 금융재벌로 꼽히는 체스터 데일(1883~1962)도 240점 넘는 작품과 1200여점의 카탈로그, 1500권이 넘는 희귀 도서를 함께 기부했다. 멜의 타계 이후 그의 자녀인 폴과 아일사도 내셔널 갤러리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67년 500만 달러를 주고 사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도 ‘아일사 멜론 브루스 펀드’(Ailsa Bruce Mellon Fund)의 기금이 큰 역할을 했다. 폴은 40년간 미술관 이사회에서 임원을 역임했다. 폴 멜론 부부는 1000점이 넘는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카나딘의 평가처럼 멜론은 좋은 씨앗을 심은 것이다.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자연스레 모였고, 훌륭한 나무로 키워내기 위해 미국의 슈퍼 리치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모여든 선의 위에서 내셔널 갤러리는 오늘도 미술관을 찾는 모든 이에게 무료로 문을 개방한다. (다음 주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2024/04/20
예술위 정병국 "베니스서 대한민국 미술 발전상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관은 마지막 국가관으로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중 가장 협소하다. 하지만 의미를 담고 있는 스토리가 많다. 어떻게 해서 마지막 국가관이 됐는지 인식을 시키고 조그마하지만 그 공간을 통해서 대한민국 미술의 발전상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18일(현지시간)이탈리아 베니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만난 한국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한국미술이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은 한국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개막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은 지난 30년 간 역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명(팀)이 참여 1995년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과 최근의 신작을 포함한 총 82점을 선보인다. 그야말로 '한국미술'의 총합의 자리로 중세 수도원의 건축 공간에서 한국미술의 울림을 전한다. 예술위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및 한국관 전시와 동시에 개막, 19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는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한다. 섬과 섬이 마치 산맥처럼 해저 지형과 해양 생태계로 연결되듯이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첫 작가인 곽훈부터 최정화 코디 최 함진 황인기까지 한국관을 통해 세계 무대에 소개된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선보인다. "지난 30년간 거친 작가 망라가 됐다. 2년 마다 열릴 때마다 단절 됐지만 작가들 말을 들어보니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네트워크 계기가 됐다." 정병국 위원장은 "이번 특별전은 원로와 신진의 교류 장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 난 분들을 만난 신진 작가는 발판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 언론의 관심도 많은데 우리 한국관 작가 분들 조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닌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새롭게 신진 작가를 발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몰타기사단수도원에서 한국미술 전시는 이례적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몇년 전 베니스 공간들 예약이 돼 있어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문화 관계자들이 물심양면 도와줘 몰타수도원에서 특별 전시를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나라 신진 작가들을 세계 무대에 홍보하고 소개할 수 있는 무대는 베니스비엔날레만한 자리는 없다. 앞으로도 예술위는 작가들과 연계성을 맺고 지속적으로 지원 할 것"이라고 했다.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 위치한 몰타기사단수도원은 12세기에 건축된 중세 건물로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기사단 본부로 쓰이다 최근에는 의료지원과 난민 구호활동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건물 한가운데로 회랑과 우물이 있는 중정과 더불어 3000㎡의 넓은 정원의 공간감이 일품인 수도원은 16세기 초 건물의 원형을 유지해 오고 있다.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기록원 소장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관의 지난 30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아카이브 전시’로 시작한다. 이어 작은 방이 밀집한 수도원의 실내와 고즈넉한 중정과 탁 트인 야외 정원에 작품을 선보인다. 수도원의 중정에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열두개의 사찰에서 녹음한 범종의 소리를 담은 배영환의 '걱정-서울 오후 5:30'(2012)이 수도원 성당의 종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른다. 베니스의 사설 정원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3000㎡의 야외 공간에는 화합의 메시지와 생태적 상상을 담은 대형 설치 작품이 전시됐다. 뒤엉킨 사물의 응축된 에너지를 포착한 정서영의 대형 사진작품 '증거'(2014), 북한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드로잉에 담은 강익중의 신작 '아리랑'(2024), 해안가에서 수집한 폐스티로폼으로 탑을 쌓아 생태적 공존을 기원하는 최정화의 (2023-24), 대지와 인간의 호흡을 연결하는 곽훈의 작품은 전 지구적 분쟁과 생태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2025년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공식 선정한 4개 병행 전시(광주비엔날레, 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 한솔문화재단), 베니스에서 개최되는 2개 전시(갤러리 현대, 나인드래곤헤즈)와 어우러져 한국미술이 베니스비엔날레를 점령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서 예술위와 각 갤러리들이 연대해 통합 전시로 펼친 한국미술은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그동안 한국관은 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면서 지속하지 않았고 일관되지 않았다"면서 "올해 커미셔너로 직접 추진하면서 안정적인 후원도 뒤따랐다"며 긍정 평가 했다. "이번엔 단순히 한국관만 가지고 홍보하는게 아니라 한국관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병행 전시가 이어지는 그런 부분까지도 아르코가 중심이 돼서 홍보와 마케팅을 함께 같이 한다. 단순한 커미셔너가 아닌, 아르코 본연의 역할 확장하는 것"이라며 “공공과 민간을 구분하지 않고 다 함께 뜻을 모아 한국의 미술작가를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어 뜻 깊다”고 말했다. "이제는 세계는 하나고 국가적 경계를 가지고 귀속 시키는 건 옳지 않다. 우리 한국관도 어느 시점에서는 전세계에 열 필요가 있다. 이제는 네트워킹이고 교류다. 예술 영역 통해 공감대를 넓혀가는 게 예술의 의미기 때문에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본다. 비엔날레 안에만 소통하는 건 아니다. 꼭 국가관이라서 우리나라 작가만 나가야 한다? 그럴 이유가 없다. 그건 이미 백남준 선생이 독일관에서 대표 작가로 나가서 황금 사자상을 받은 계기가 있지 않나. 그래서 여기까지 왔듯 당연히 우리도 국가관의 문을 열 때가 됐다. 한국관 건립 30주년 역사를 정리하고 한자리서 보여주는 건 이걸 계기로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자'는 의미도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특별전도 지속할 계획이다. 정병국 위원장은 "물론 이렇게 대규모로 할 수 없다 하더라도 한국관 전시와 더불어 병행 전시가 가능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확보해서 신진 작가 소개하는 장도 마련해볼 것"이라면서 "베니스의 다른 전시공간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신진 작가 소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1995년 개관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2년마다 한번씩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협소한 공간이 문제로, 예술위는 '한국관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자르디니 공원 맨 구석진 곳에 위치한 한국관은 원래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에 있는 화장실 자리였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중 26번째로 '마지막 행운'을 잡았다. 독일관과 일본관 사이에 있는 한국관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도움으로 마지막 국가관으로 개관했다. 건축가 김석철이 공원안에 UFO가 앉은 듯 구불구불한 구조에 유리와 금속을 주재료로 지었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향기로 물들어 있다. 설치미술가 구정아의 단독개인전으로 '오도라마시티(ODORAMA CITIES)'를 주제로 한국인의 향을 모아 5가지 방식으로 전시장을 연출했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이래 이설희,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첫 공동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어 주목 받아 왔다.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에 대한 설문을 2023년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 모든 경계를 초월하는 향을 매개로 전 세계 참여자들의 사연 약 600편을 수집하여 분석한 신작을 선보인다. 특히 작은 방에 설치된 검은 아기 같기도 한 '우스(Ousss)’는 하늘에서 살포시 내려오는 듯해 눈길을 잡아 끈다. 둥근 아치형의 작은 창문들이 반사하는 빛에 둘러싸인 형상은 2분마다 한번씩 코에서 연기(향)까지 내뿜어 그로데스크한 신비로움까지 전해 관람객들에 인기를 끌며 볼만한 전시로 꼽히고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600여편의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으로 시작된 이번 한국관 전시는 한국관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향과 기억이 공간과 사유하는 깊은 인상을 오래도록 남기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한국관이 우리 미술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플랫폼이 되어 왔음을 더 확신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리 미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주제는 '이방인은 어디에나(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다. 총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 전시에 한국 작가가 역대 최고로 선정됐다. 김윤신(아르헨티나)과 이강승(미국 LA) 및 작고 화가 이쾌대, 장우성까지 4명을 포함하여 전 세계 총 330명의 작품 수천 점이 전시됐다. 베니스비엔날레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의 프리뷰를 거쳐서 20일부터 일반에 공식 개막했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약 7개월간 이어진다. 2024/04/19
지구의 날부터 바다의 날까지, 부산서 '비치코밍 아트전' 부산문화재단은 오는 22일인 지구의 날부터 다음달 31일 바다의 날까지 중구 한성1918 부산생활문화센터에서 '2024 기후위기 탄소중립 위드(with) 비치코밍 아트' 전시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비치코밍(Beachcombing)은 영어 'beach'와 빗질을 의미하는 'combing'의 합성어로, 바닷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달 대마도 비치코밍 행사에 참여한 이정숙(공예), 현정범(사진), 백보림(설치) 등 시각예술 분야 7명의 작가가 함께한다. 이들은 한·일 양국 시민 100여명이 함께 수거한 플라스틱, 유리병, 나무 조각 등 해양 쓰레기를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 지역 및 국내 작가의 협업을 거친 컬렉티브 워크(collectuve work)를 통해 일상에서의 탄소중립에 대한 중요성이 작품을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전시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무료로, 전시 마지막 날인 다음달 31일에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부산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04/19
곽훈 "이런 날 올 줄 몰랐지"…정병국 "베니스서 한국미술 제대로 알릴 기회" "사겠다는 데도 있었는데 팔기도 싫고, 어디 가서 깨진다고 쌓아 놓고 있었는데 30년 만에 다시 보자고 하니 너무 반가웠지요." 한국 실험미술 1세대이자 서양화가인 곽훈(82)화백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감회에 젖었다. 18일 오후 몰타수도원에서 만난 그는 초록 정원에 30년 전 자신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겁/소리 마르코 폴로가 가져오지 못한 것'을 초록의 잔디밭에 설치해 놓고 설렘을 보였다. 한국예술위원회가 기획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에 초대됐다. 곽훈의 '겁/소리'는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첫 개관 때 선보여 당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수십 개의 옹기를 마치 하나의 큰 퉁소처럼 연결하고 앞에서 대금 연주가 김영동이 대금을 불었다. 옹기 옆에는 비구니 15명이 머리에 대나무를 맞대고 줄지어 앉아 장관을 연출했다. 소리가 공명하는 설치 작품이자 종교인이 협업한 장엄한 퍼포먼스였다. 곽 화백은 "길이가 60m였어. 반사이즈로 구워서 놔도 건물 하나에 가득 찰 정도지. 지금 봐도 미쳤다"면서 30년 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참가하기까지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때는 내가 다 설치했지. 작품 이름까지 내가 직접 써서 붙였으니까. 지금은 완전히 딴 세상 된 거야. 옹기만 해도 컨테이너 3개가 필요했어요. 비구니들은 사찰에 연결해서 지원자를 모집해 뽑았지요." 설치 작품을 빛낸 비구니들과 출발 전 갈등도 있었다. 스님들이 원하는 조건은 딱 하나. 베니스를 거쳐 프랑스 파리도 들러야 한다는 것. "그렇게 수락하고 진행하는데 어느 날 스님들이 안 간다고 따지러 왔어요. 비엔날레 화물로 취급돼서 간다는 말이 있다고, 작가들이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지원금이 없었다. 곽 화백은 "그때는 한국이 지금의 한국이 아니다"라면서 "지금으로 치면 한 2억 원을 썼다"고 했다. "선화랑에 빚을 얻어 썼죠. 베니스비엔날레 가기전 미국 뉴욕에서 프리뷰를 했어요. 그때는 비구니 대신에 뉴욕 젊은 아티스트들이 퍼포먼스를 했지요." 그렇게 뉴욕에서 한번 하고 서울에 와서 전시하고 작품을 배에 실어 베니스로 보냈다. 한국관 첫 작가로 전시장이 아닌 야외에서 길게 펼친 곽훈의 작품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때 관람하던 사람 중에는 이태리 대통령도 있었어요. 인자 한 할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대통령이라는 걸 알았어요. 1시간을 보던 그 분이 한번 더 하자고 했는데, 비구니들이 안 한다고 해서 말았지요." 곽훈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이후 유명세를 탔다. "그 이후 전 세계에서 50번이나 전람회를 했어요. 외국에서 30번 한국에서 20번. 상하이미술관, 도쿄미술관, 오렌지카운티 미술관 등…그런데 유명해지니까 작가들이 '곽훈이 똥장군'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스톱했지요." 이후 옹기 작품들은 모두 작업실에 있었다. "가마에 보관하고 있었지 안 썩으니까. 그런데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지" "외국미술관에서 산다고 하고 취소하고 그림으로 바꾼 게 깨져서 그런 거거든. 그래서 수위들이 안 할려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설치했다가 깨지면 사표를 내야 하니까. 여기도 8개를 설치하는데 10개 보냈어. 그런데 설치하다가 1개를 깼어요. 괜찮아 이젠 보험을 들었으니까. 옛날에 이 작업하면서 돈 엄청나게 까먹었지. 하하하." 몰타수도원에 약식으로 재설치 된 곽훈의 '겹/소리'는 이날 저녁 개막식에서 다시 한번 주목 받았다. 당시 대금을 연주했던 김영동 씨 대신 국내 최초의 국립국악원 여성 대금 연주가인 서승미 경인교대 부총장이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대금연주를 선사했다. 82세의 화백을 50대 시절로 돌아가게 한 이번 전시는 한국관 건립 30주년 특별전시로 마련됐다. 2024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열린 전시는 지난 30년 간 역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명(팀)의 작업을 엄선했다. 1995년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 과 최근의 신작을 포함한 총 82점을 선보인다. 예술위 산하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2024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및 한국관 전시와 동시에 개막, 19일부터 9월 8일까지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 '모든 섬은 산이다 Every Island is a Mountain'는 ‘예술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연결’을 상징한다. 중세 수도원의 건축 공간에서 전하는 한국미술의 울림을 전한다. 임근혜 관장은 "섬과 섬이 마치 산맥처럼 해저 지형과 해양 생태계로 연결되듯이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결국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제는 한국관 건립의 산파 역할을 한 '미디어아티스트 전설' 故 백남준의 예술 철학에 생태적 상상력을 더하여 고립된 개인과 분열된 사회를 연결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기록원 소장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관의 지난 30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아카이브 전시’로 시작한다. 이어서 작은 방이 밀집한 수도원의 실내와 고즈넉한 중정과 탁 트인 야외 정원에 작품을 선보인다. 수도원의 중정에는 서울 근교에 위치한 열두개의 사찰에서 녹음한 범종의 소리를 담은 배영환의 '걱정-서울 오후 5:30'(2012)이 수도원 성당의 종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른다. 베니스의 사설 정원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3000㎡의 야외 공간에는 화합의 메시지와 생태적 상상을 담은 대형 설치 작품이 전시된다. 뒤엉킨 사물의 응축된 에너지를 포착한 정서영의 대형 사진작품 '증거'(2014), 북한 실향민의 고향에 대한 기억을 드로잉에 담은 강익중의 신작 '아리랑'(2024), 해안가에서 수집한 폐스티로폼으로 탑을 쌓아 생태적 공존을 기원하는 최정화의 (2023-24), 대지와 인간의 호흡을 연결하는 곽훈의 작품은 전 지구적 분쟁과 생태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전시를 주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은 “최근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베니스에서 열린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은 한국미술에 대해 제대로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혜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차세대를 위한 예술 실천과 미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글로벌 교류와 연대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시 개막 하루 전인 18일 오후 6시부터 몰타기사단 수도원의 중정에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한국미술의 밤(Hyundai Night in celebration of Korean Art)’행사가 열렸다. 역대 예술감독과 참여작가를 비롯한 국내외 미술 관계자 300여 명이 참여한 개막 행사는 2015년부터 한국관 미술전을 후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됐다. 1995년 한국관의 개막 전시에 참여한 곽훈이 선보였던 대금 퍼포먼스, 한국관 건립에 기여한 故백남준을 오마주한 퍼포먼스인 뮤지션 휘, 안무가 이양희, DJ 망이실로의 공연이 백남준의 아카이브 영상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1984년 첫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 통해 전 세계에 평화와 소통의 메시지를 보낸 백남준의 정신을 담은 녹화영상과 라이브공연은 한국과 이탈리아, 디지털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술위는 전시 개막에 맞춰 동시대 미술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갖는 의미와 국제교류 성과를 조명하는 아카이브북 '마지막 국가관 The Last Pavilion'을 출간했다. 한국관 역대 전시 자료, 1986년부터 현재까지 주요 활동을 담은 연보와 더불어 김석철, 프랑코 만쿠조(한국관 공동 건축가), 김홍희(2003년 커미셔너), 이영철(2022년 예술감독), 호경윤(책임연구원) 등의 글을 수록한 아카이브북은 전자책 (PDF) 형식으로 국문과 영문 별도 출간된다. 전시 작품 및 기자재 운송은 수십년간 쌓아온 특수화물 운송 노하우를 토대로 세계적인 예술작품들을 성공적으로 실어 나른 대한항공이 협찬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참여작가(36명·팀) 강익중 곽훈 김범 김소라 김수자,김윤철,김인겸 김홍석 남화연 노상균 마이클 주 문경원 & 전준호 문성식 박기원 박세진박이소 배영환 서도호 성낙영 성낙희 오형근 윤형근 이완 이용백 이주요 이형구 이형우 전수천 정서영 정연두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최정화 코디 최 함진 황인기 2024/04/19
'조선시대 세금은 어떻게 걷었을까' 국립조세박물관 특별전 국세청 18일 국립조세박물관에서 특별전 '세상만사, 역사 속 세금이야기' 개관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국립조세박물관은 우리와 밀접한 세금을 소재로 새로운 주제를 발굴해 해마다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2008년 '수결'을 시작으로 올해 17번째 개최다. 이번 특별전은 옛 문서 속 다양한 세금 기록을 전시해 조선시대 당시 백성들의 삶과 선조들의 따뜻한 조세행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시는 이날부터 오는 8월3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 제목의 글씨는 인기 드라마 '미생', '대왕세종' 등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멋글씨 예술가(캘리그라피스트) 강병인 작가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특별전 전시 공간은 7개 주제로 구분해 ▲세금의 기록을 만나다 ▲자문, 백성들의 세금이야기 ▲실록, 조선왕들의 세금이야기 ▲청원, 백성들의 민원이야기 ▲분재, 백성들의 상속이야기 ▲재미있는 세금이야기 ▲체험 코너로 구성된다. 박물관 로비에는 백성을 사랑한 왕인 세종의 사상과 업적을 실록 기록과 함께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연출했다. 전시 공간에는 과거 신임관리가 세금을 받고 내어주던 영수증, 주요 왕들의 업적과 문헌을 바탕으로 보는 조세정책, 조선시대 조세제도의 우수성 등이 소개된다. 자세한 내용과 관람 예약은 국립조세박물관 누리집(www.nts.go.kr/museum/main.do)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24/04/18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모두를 위한 박물관' 비전 선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어린이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모든 어린이에게 차별 없는 문화예술 혜택을 제공하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한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관장은 18일 도어린이박물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립 박물관이자 국내 최대 독립 어린이박물관으로서의 비전과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어린이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비전에는 ▲교육 및 연구기능 활성화 ▲다양한 전시와 쾌적한 관람환경 조성 ▲미래를 준비하는 박물관 도약 ▲모두에게 열린 플랫폼 구현 등 4대 핵심 전략과 20대 실천과제가 담겼다. 먼저 도어린이박물관은 세계박물관협회(ICOM)에서 정한 올해의 주제인 '교육 및 연구기능 활성화'에 발맞춰 차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영역을 확대한다. 지난 2년 동안 관찰한 관람객 분석데이터를 취약계층 연구에 활용하고, 이는 하반기 학술대회에 전문적인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시연계 교육 프로그램 개발, 상설교육 프로그램 개발, 취약계층 프로그램 연구 개발, 미래세대 연구를 위한 학술대회 개최 등을 추진한다. 올해 핵심사업 중 하나는 상설전시 개편이다. 현재 3층에 조성된 '동화 속 보물찾기'와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는 2011년 박물관 개관 당시 조성한 코너다. 올 하반기 새로운 주제의 체험전시로 전환, 10여 년 만에 새 전시로 어린이들을 맞을 예정이다. 또 붉은 벽돌 바닥이 깔린 박물관 야외광장을 인조 잔디로 교체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하고, 단체 관람객과 가족을 위한 피크닉룸도 마련한다. 2026년 개관 15주년을 앞두고 '미래' 준비에도 착수한다. 15살이 되는 박물관은 새로운 박물관의 정의를 수립해야 하는 미션에 직면해 있으며, 지속가능한 고유성과 도덕적 지침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 놓여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의 내면적·신체적 성장을 도모하고,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어린이박물관의 존립 이유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어린이의 경험이 풍요로운 학습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박물관 사업 방향을 재정립하고,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자 플랫폼을 구현할 방침이다. 송문희 관장은 "저출생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이들이 공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인성적으로 성숙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고, 그런 역할을 문화예술이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박물관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구나 부담 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박물관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한부모 가정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모두가 어울리면서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4/18
부안군문화재단, 신석정 창작음악 무장애 기획전시 전북 부안군문화재단이 오는 7월31일까지 석정문학관 기획전시 '석정의 노래- 듣는 시, 보는 시, 만지는 시'를 개최한다. 신석정 시인의 문학세계를 전국에 확산하기 위한 '제1회 전국 신석정 창작음악 공모전'의 수상곡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무장애 전시로 기획되었다. 수상곡은 다올-임께서 부르시면, 이화동-임께서 부르시면, 더포엠-어느 지류에 서서, 한나리-고운 심장, 박서연-슬픈 서백리아, 카컴버-빙하 등으로 제작 감독들의 인터뷰와 노래를 영상과 시가 점자와 문자로 전시됐다. 재단 관계자는 "음악예술가들이 신석정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신선한 감각으로 만든 음악을 많은 사람이 향유해 석정문학관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2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