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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판? '빽판'이 제맛이지…'팝송의 국내 유입 역사'

등록 2020-06-25 17: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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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빽판의 전성시대 . 2020.06.25. (사진 = 태림스코어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백판'이 아닌 '빽판'이라고 발음해야 뉘앙스가 산다. 음반 판권 소유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고, 불법으로 제작해 유통한 해적음반을 가리키니, 된소리가 알맞다. 뒤에서 은밀히 제작돼 '백(Back)'을 썼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가 최근 펴낸 '빽판의 전성시대 – 팝송의 국내 유입 역사'는 '빽판 역사'의 정전(正典)이다.

불법이지만 대중음악의 자양분이 됐고, 팝의 국내 보급에 일조하며 금지 문화의 벽을 넘어선 '빽판'에 대한 충실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팝 음악이 국내 태동하기 시작하던 1960년대 국외 음악 중에서 국내 음반사와 계약해 들어오는 라이선스 음반은 한정돼 있었다. 지상파 라디오에서도 빽판을 이용했고, 방송금지된 곡들은 빽판을 통해 음지에서 몰래 유통됐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내 최초로 한국 인디뮤지션사진집을 발간한 사진작가이기도 한 최 평론가는 지난 2018년 청계천 박물관에서 진행한 '빽판의 시대' 전시를 계기로 이번 책을 썼다.

추억의 산물이 돼 버린 빽판을 통해 한국 팝 문화의 역사를 증언한다. 팝송을 심도 있게 소개한 연구서라기보다는 빽판을 통해 시대별로 국내에서 각광받았던 팝송과 아티스트의 실체 보고서다.

한국에서 인기 많았던 팝송을 분류하고 번안곡과 내한공연 등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작업을 부지런히 했다. 빽판의 제작, 유통 과정뿐 아니라 빽판이 시작된 1950년대부터 LP시대를 마감한 1990년대까지의 가요와 댄스, 경음악, 클래식, 영화, 인기가수와 그룹, 국제가요제, 편집 팝송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추적하면서 이야기한다.

외래어 표기, 황당한 오타도 정리했다. 최 평론가가 직접 촬영한 4000여 컷의 사진 자료들은 덤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는 부지런히 서구 팝을 응시, 모방하면서 감성과 연주력, 표현력을 키워오고 있다. 7080세대에게 당시 그 팝을 전한 강력 미디어가 바로 '빽판'이었다"면서 "따라서 빽판은 오늘날 한국 대중음악의 태(態)를 가꾼 동력으로서 '팝의 수용사', 더 나아가 가공의 역사를 이룬다. 이 책에 그 모든 게 다 있다. 집요하고도 에너지 넘치는 저자의 큰 노력과 큰 그림의 산물"이라고 읽었다. 560쪽, 4만원, 태림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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