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70년전 미8군 PX에 박수근·황종례·박완서가 있었다

등록 2020-05-15 15:25:16  |  수정 2020-05-15 19:21:35

박수근미술관, 3명 작품 모아 나무와 두 여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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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군부대 PX 초상화부 시절(왼쪽부터 황종례, 석선희, 박수근). 사진=박수근미술관 제공.2020.5.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952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미8군 부대 PX. 가까스로 일자리를 얻은 한국인 3명이 있었다. 화가와 도예가 통역가로 일했던 박수근, 황종례, 박완서.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서로 예술을 매만졌고 불우한 시대지만 행복했다.

훗날 '국민 화가'와 '국민 작가'가 된 이들의 이야기는 박완서의 '나목'에 담긴다. 박완서가 미군부대에서 만난 박수근 화백을 떠올리며 쓴 소설이다.

미8군에서 동고동락하며 젊은시절을 보냈던 3명이 전시장에 소환됐다. 70여년만에 작품으로 재회하는 자리다.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이 16일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박완서·황종례’전을 개막한다.

박수근 화백 작고 55주기를 추모하는 특별 기획전으로, 지난달 새로 소장한 박수근의 대표작인 ‘나무와 두 여인’(하드보드 위 합지에 유채, 27×19.5㎝, 1950년대 중반)을 일반에 공개하는 전시다.

미군부대 PX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했던 도예가 황종례(93)의 작품과 소설가 박완서의 출판본들이 함께 선보인다.

박완서의 대표작인 장편소설 ‘나목’의 1970년 초판본을 포함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간행돼온 10권의 ‘나목’ 출판본과,  중국과 미국 등에서 번역돼 출판된 책들이 전시된다.

박완서가 40세에 쓴 '나목'은 박수근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창작한 소설로, 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박완서의 삶과 박수근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전시에는 ‘그 많던 싱아는 어디에 있을까’ 초판본과 번역본, 이두식 작가의 작품이 표지 그림으로 실려 있는 ‘도시의 흉년’ 초판본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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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완서의 '나목'('여성동아' 별책부, 1970). 사진=박수근미술관 제공.2020.5.15. [email protected]


박수근과 초상화부에 같이 근무한 황종례는 분청사기의 현대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한국의 1세대 여성도예가로 꼽힌다. 세상을 떠난 박수근과 박완서와 달리 93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인 귀얄문양 도자기와 함께 고려청자의 재현과 보급을 위해 일생을 바친 부친 황인춘(1984~1950)의 청자 반상기, 오빠이자 도예과 교수였던 황종구(1919~2003)의 백자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엄선미 박수근미술관장은 “‘나무와 두 여인’ 특별전은 박수근미술관에서 70여년 만에 작품으로 재회하는 박수근, 박완서, 황종례의 예술가로서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들의 뿌리 깊은 예술세계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었음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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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하드보드 위 합지에 유채, 27x19.5cm, 1950년대 중반). 사진=박수근미술관 제공. 2020.5.15. [email protected]

한편 이 전시와 함께 지난해 박수근미술상 제4회 수상자로 선정된 박미화 작가의 개인전도 16일 개막한다. 9월 13일까지 박수근미술관 내 현대미술관과 박수근 파빌리온에서  회화, 설치, 영상 등 총 187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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