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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배찬효의 '서양의 눈'..."절대적 믿음은 무엇인가"

등록 2020-03-19 11:12:06

한미사진미술관 삼청 MoPS에서 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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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미사진미술관 삼청 MoPS 배찬효 '서양의 눈Occident’s Eye', 사진=한미사진미술관 제공.2020.3.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리는 미신에 둘러싸인 세상을 살아간다. 한 사람의 종교는 다른 사람의 신화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의 공포는 다른 사람에게 우스꽝스러움으로 느껴질 수 있다 .”

미라와 함께 묻은 지하 세계의 안내서라고 할 수 있는 두루마리, 이집트 고대벽화 '사자의 서'에 빠진 그는 이번 작업에 종교와 신화, 그리고 미신의 관계에 집중했다.

서양의 절대적 믿음에 의해 배척당한 타자이자 마녀(마녀사냥), 그리고 토테미즘의 상징물인 바위와 나무를 소재로 끌어와 전시장을 종교 제단처럼 변신시켰다.

'과연 믿음이란 무엇인가?' 각 제단안에 믿음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충돌시키면서 '절대적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국 대영박물관의 소장품이자 사후 세계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했던 이집트 '사자의 서'의 한 장면을 인용한 작업은 '권력 비틀기'다.  망자를 심판하는 오시리스의 절대 권력을 해체해 오시리스의 모습 대신 금빛으로 화려한 거울을 달았다.

 거울에는 여장을 한 그의 얼굴이 흑백으로 흐릿하게 담겨있다.

"거울을 통해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했어요. 거울속 얼굴은 관람자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죠. 어떠한 절대성은 허물어지고 나아가 우리 안에 내재된 배타성 또한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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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찬효, 마녀 사냥 Witch participating in the devil's festival C-print 2016 50*40cm.사진=한미사진미술관 제공. 2020.3.19. [email protected]

사진작가 배찬효.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는 서양에서 '동양 남자'로서 느낀 '소외'를 사진으로 작업해왔다. 

유럽의 중세와 근세시대를 배경으로 귀족풍 의상을 입은 백인 여성으로 치장한 그는 '여장 남자' 사진 작가로 유명세를 탔다. 서구 문명이 행한 차별을 역으로 보여준 작품은 '자화상'을 시작으로 '동화책', '형벌', '마녀사냥'시리즈 작업까지 이어졌다.

이방인의 소외감에서 출발한 '자화상'은 문화적 우월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마녀사냥'에 이어 이번 신작 '서양의 눈(Occident’s Eye)'으로 확장됐다. 사진은 종이뿐만이 아니라 나무, 돌에도 전사되어 설치작품까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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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배찬효 '서양의 눈Occident’s Eye. 사진=한미사진미술관 제공. 2020.3.19. [email protected]

한미사진미술관 지점인 삼청동 MoPS에서 첫 선을 보이는 이번 신작전은 타자 혹은 소수자를 구분 짓고 배척하는 이유는 인간의 절대적 믿음의 오류라는 것을 알린다.

"시대적, 지리적 조건에의해 변화하는 문화의 상대성에도 불구하고 주류 문화 속 구성원의 믿음은 종교로 받아들여지며, 소수자 혹은 타자의 믿음은 주류의 합리주의에 의거하여 미신으로 정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이번 전시와 함께 배찬효의 작업을 총망라한 '의상 속 존재(EXISTING IN COSTUME)' 사진집을 발간했다. 신작 '서양의 눈 Occident’s Eye'은 별첨부록으로 담았다.

자화상부터 마녀사냥까지 배찬효의 5개 시리즈의 총 52점의 작품이 담긴 이 사진집은 김홍희(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미술평론가와 지난 20년간 Hotshoe Inernational 을 비롯한 해외 유수 포토 매거진 에디터를 지낸 빌 쿠벤호벤(Bill Kouwenhoven)의 글이 실렸다. 전시는 5월13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