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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친구' 백영수 첫 대규모 유작전...105점 전시

등록 2020-05-11 11:33:19  |  수정 2020-05-11 16: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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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수, 가족, 1984, 캔버스에 유채, 89 x 116cm. 사진=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2020.5.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화가는 죽어서 그림을 남긴다.

2년전 타계한 화가 백영수(1922~2018)가 세상에 남기고간 분신같은 그림을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찬동)이 2020년 첫 기획전으로 마련한 '백년을 거닐다:백영수 1922~2018'전이다.

12일부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펼치는 전시는 작가가 생전 거닐던 아틀리에와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아이가 그린듯 순수함과 평화로움이 감도는 105점을 소개한다.

1970년대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30여년간 거주하며 활동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중섭 친구'로 유명하다. 1948년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이중섭등과 함께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동했다. '신사실파'는 해방 후 최초로 등장한 미술그룹으로 한국 최초의 추상미술그룹이다.

아중섭을 필두로 친구들이 모두 떠난후 홀로 남아 '살아있는 신사실파의 전설'로 당시 친구들의 활동상을 알렸다.

'신사실파'는 현재 미술시장 블루칩작가로 모두 부상,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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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미술전문기자= 백영수 화백이 1988년에 그린 창가의 모자 앞에서 귀를 쫑긋한채 질문을 받고 있다. 2016년 9월 21일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트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hyun@newsis.com.

백영수는 프랑스 파리에서 2011년 경기도 의정부로 귀국했다. 파리로 가기전 살던 집이자 작업실에서 그림과 한 몸처럼 살았다. 구순이 넘어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 회고전을 열고 94세인 2016년 서울 아트사이드갤러리 개인전으로 주목받았다. 생전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열린 100여 회의 전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2016년 대한민국 문화예술 은관훈장을 수훈하여 그 공을 인정받기도 했다.

 신사실파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는 96세인 2018년 6월 2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부인 김명애 여사는 생전 거주하며 작업했던 경기 의정부 호원동집을 지상 2층 규모의 백영수 미술관으로 건립, '별이 된 백영수'를 날마다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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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953년 제3회 신사실파미술전에 출품되었던 백영수, 장에 가는 길, 필름을 복원해 2011년 제작한  작품이다.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 2020.5.11. Photo@newsis.com                                                       

수원 태생 작가로 주목한 이번 전시는 자유로우면서, 진지하고, 절제된 그의 예술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특유의 서정적이면서 조화로운 경향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일생동안 창작에만 몰두했던 화가의 순수함을 경험할수 있다. 

고개를 모로 돌린 '얼굴 그림'으로 차별화되어 있는 작가의 이번 전시에는 1953년 제3회 신사실파미술전에 출품되었던 '장에 가는 길'도 소개되어 주목된다.

원화가 유실되어 필름으로만 남아있던 것을 2010년 재제작한 작품이다.  당시 미술계의 정치적 파벌이나 예술 외적인 요소에서 벗어나 조형예술에서의 순수를 표방하는 순수 조형 미술 운동의 일환으로, 이 작품은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등 이미 한국 미술의 큰 줄기를 형성한 이들과의 교류와 함께 전쟁 전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던 백영수의 창작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후반기인 2011년 작 '별'은 백영수의 가족 사랑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백영수는 부인 김명애와 모든 일상을 함께했다.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던 부인인 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매일 별을 보러 나가자하니, 함께 가기에는 춥고 힘들었던 백영수가 “별을 그려줄테니 그만 나가라”며 이 '별'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군청색 바탕에 십자가 형태의 별이 촘촘히 박혀있고, 마치 별빛으로 빛나는 밤하늘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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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 전시 전경. 2020.5.11. photo@newsis.com

백영수의 창작 세계와 연관된 삶의 흔적을 살펴보는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의 공간 디자인은 백영수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과 어울리도록 구성했다.

다락과도 같이 높은 곳에 머무르며 아래를 내려다보기를 즐겼던 백영수의 아틀리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채광이 좋고 층고가 높은 아틀리에를 찾아 여러 차례 이사했을 정도였는데, 그의 이러한 습관은 작품에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각도의 시점으로 사물이나 인물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백영수의 모습은 1998년 파리 아틀리에에서 촬영된 작품 '모성의 나무'(1998)와 2001년 작 '귀로'를 제작하는 모습이 담긴 기록 영상으로 만날수 있다. 김동호(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김명애(백영수미술관장),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등 생전 친분이 있던 인물들과 가족이 기억하는 백영수와의 일화가 담긴 인터뷰 영상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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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은 "그동안 백영수와 관련하여 신사실파 미술동인이나 추상 경향 등 초기의 작품과 시대상이 주된 연구 대상이었던 것에서 나아가 6월 중 전시연계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여 앞으로 다각도의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찬동 관장은 “이번 전시가 수원출신이자 신사실파 동인으로만 알려진 작가 백영수에 대해 심도 깊게 연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관람은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미술관 누리집을 통한 사전 예약을 통해 가능하다. 하루 4회(10시, 12시, 2시 4시), 회당 관람 인원은 40명으로 제한하며, 1인 최대 4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