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핫플' 포도뮤지엄…김희영 "공감전 3탄, 치매 조명" "결국 우리는 육신의 껍데기를 벗고 거대한 흐름속에서 사라져 티끌로 돌아갈 것이다.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독할 수 도 있고 풍성할 수도 있었다…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 없는 은총이 감사하다."(파스칼) 미술 전시장은 '치유의 공간'이다. 번뇌와 슬픔을 녹이고 산산이 부서진 기억과, 날 선 추억도 뭉클함으로 되살아난다. '감정적인 생기'를 돌게 하는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선물 같은 전시'다. 제주 포도뮤지엄(총괄디렉터 김희영)에서 마련한 올해 첫 전시로, 노화 가운데서도 인지 저하증(치매)을 조명한다. 회화, 설치, 영상 등 예술가 10명의 작품은 시간에 쫓기는 좀비 같은 삶을 구원 시킨다. '너와 내가 만든 세상'(2021),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2022) 전시에 이은 '공감 전시' 3탄으로, 철학적이고 공감각 넘치는 깊이감을 전한다. 생로병사, 생멸의 운명을 가진 우리가 서로의 연약함과 존엄함을 발견하게 한다. 특히 몰입형 설치미술로 선보인 '테마 공간'은 예술이 어떻게 우리를 치유하는지를 느끼게 한다. 100년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 6미터의 거대한 배롱나무는 전시장에서 부활해 생명의 순환성과 회복력을 전한다. 심장박동처럼 울리는 오케스트라 현들의 편안하고 장엄한 선율과 함께 어우러진 작품은 사랑의 마음을 이어지게 한다. 녹음이 우거진 숲 한 가운데 생명의 기운을 머금어 싹을 틔우고, 초록 잎이 무성해지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다가 노쇠한 겨울을 맞이한 후 모든 여정을 마치고 별이 되어 돌아가는 장면이 삶처럼 반복된다. 지난해 포도뮤지엄에서 진행한 ‘추억의 비디오’ 공모전에 참여한 관객들의 실제 비디오 영상도 등장해 공감력을 더한다. ◆포도뮤지엄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치매와 기억의 탐구 "모든 날 중 완전히 잃어버린 날은 한번도 웃지 않은 날이다." 주름진 손으로 백발을 빗고 있는 흑백 사진과 함께 노란벽에 써 있는 글은 김희영 총괄 디렉터가 "이 전시를 해야겠다고 용기를 갖게 한 문구다." 치매를 매개로 기억과 정체성 사이의 관계를 예술적인 시각으로 탐구하는 이 전시는 기억이 무너지는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김희영 디렉터는 "고령화 시대 어느 나라이든 남녀노소 똑같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은 치매"라며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면서 더욱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전시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캐나다 개념 미술가 알란 벨처(Alan Belcher)의 도자기로 만든 '바탕 화면'으로 시작해 천경우의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로 끝맺음하는 전시는 알찬 포도알처럼 엮어져 진정성이 전해진다. ▲루이스 부르주아 ▲셰릴 세인트 온지 ▲정연두 ▲민예은 ▲로버트 테리엔 ▲더 케어테이커 & 이반 실 ▲데이비스 벅스 ▲시오타 치하루 등 10명의 작품이 하나의 이야기로 흡입력 있게 연결되어 전시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20세기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세계적 조각·설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밀실 1'이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미국 글렌스톤 뮤지엄 소장품으로 김희영 디렉터의 '초심 정신'이 통했다. "턱도 없을 것이라며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는데, 흔쾌히 대여해줬다"며 설렘을 보인 김 디렉터는 "복원 전문사가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작품과 함께하겠다는 각오로 인천에서 배를 타고 들어왔는데, 뮤지엄의 역할을 하는 적극적인 모습에 감동 받았다"면서 "작품을 공개했을 때 마치 마녀가 살아 나온 것 같은 기운이 전해졌다"고 소개했다.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문짝들이 벽처럼 둘러 서있는 작품은 문틈 사이로 들여다 보게 한다. 앙상하고 낡은 철제 침대, 유리병과 의료 도구들, 각종 물건들이 가득한 내부는 누군가의 고립된 세월과 위축된 심리를 압축해 보여준다. 루이스 부르주아가 유년 시절 장기간 병상에 누워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한 공간으로 그것을 지켜보는 두려움도 서려 있다. ◆참여 작가들 "모든 작품 감정적으로 서로 연결…아름다운 전시" 18일 제주 포도뮤지엄에서 만난 참여 작가들은 전시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작가 데이비스 벅스는 "이번 전시가 생로병사의 주제와 맞닿아 있으면서 폭넓은 분야를 커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들과 기억과 추억에 대해 많이 대화했는데 누군가 '기억이란 현재가 만들어낸 부속물'이라고 했다며 이 표현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가 실재하고, 실재하는 과거가 계속 진화하는 것"이라는 그는 "사실 기억도 과거도 단지 현재 우리 마음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하고 시뮬레이션하는지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조각난 캔버스와 합판으로 파란 하늘과 초록 들판의 풍경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의미의 풍경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도 여전히 또 다른 풍경을 펼쳐내는 작품이다. 작가는 파괴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해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상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새로 제작한 세라믹' jpg 연작'과 파란색 신작을 설치한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알란 벨처는 "이번 전시를 보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쭉 경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수년간 방치되었던 노트북을 다시 켠 것처럼 깨진 이미지 파일들을 벽면에 즐비하게 전시한 그는 한때 존재했지만 더 이상 기억해 낼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무력감을 상기 시키며 '기억이 사라진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기억과 인지 상실의 주제로 작업해온 이반 실 작가는 "이 전시는 당연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의 조합이 흥미롭다"면서 "모든 작품이 명시적인 메시지를 건네지 않고도 연결되는 점이 좋다"고 했다. 설치미술가 민예은은 치매로 인한 쪼개진 기억을 시각화했다. 바닥이 없이 모서리가 날카로운 천장과 벽으로만 이뤄진 작품은 중력에서 벗어나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로버트 테리엔 작품과 함께 선보이는데 마치 한 작품처럼 어울린다. 민 작가는 "로버트 테리엔 재단 관계자들도 '두개의 작품이 브라더 앤 시스터 같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저도 세트로 묶여서 같이 다니고 싶다"는 기분 좋은 바람을 전했다. 생전 로버트 테리엔과 함께 작업했고 그가 별세 후 재단에서 일하며 이번 전시에 무제(패널룸)를 설치한 폴 채르윅과 딘 애니스는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밴 다이어그램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모든 작품들이 강력한 개성을 갖고 있고 동시에 감정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매끄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전시"라고 평했다. 로버트 테리엔은 미국 출신 현대미술 작가로 평범한 사물의 크기를 확대하거나 축소해 일상적 풍경을 낯선 풍경으로 바꿔 놓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2019년 작가의 작고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2022년 가나아트에서 개인전이 열린 바 있다. 이반 실 작가는 "소리와 회화를 같이 연출하는 공간으로 무엇이 가장 좋을까 뮤지엄측과 지속해서 대화하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순환할 수 있게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면서 "기억과 인지가 소실되어가는 과정 속 현실의 급변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어둡고 폐쇄된 원형 극장 같은 공간에서 회화 연작과 향수를 자극하는 멜로디(텅 빈 환희의 끝 어디에나)와 함께 작품을 선보인다. 기억이 점점 소실되어 가는 초현실적인 그림은 부드러운 조명으로 인해 영상을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전한다. 그는 "결국 누군가 인지 저하를 겪게 되면 가장 슬퍼하는 사람들은 남은 가족들로, 지금까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런 느낌을 진지하고 약간 암울한 느낌의 공간으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되어버린 엄마의 흑백 사진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뭉클함을 전하는 사진 작가 셰릴 세인트 온지는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와 함께 만든 작품을 아름다운 제주에서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며 환한 모습을 보였다.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 제 작품을 보며 새로운 의미가 전달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고, 엄마와 함께 한 내 작품을 보면 기운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흡족해했다. 쉐릴 세인트 온지의 어머니는 2015년 혈관성 치매를 진단 받았다. 농장에서 수십 년 간 함께 살아온 모녀가 공유하던 추억과 감정은 어머니의 기억과 함께 점점 상실되어 가는 듯해 작가는 사진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다 나른한 햇살이 창에 스며드는 어느 날 오후에 문득 작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변했다. 어머니의 삶 속에서 가볍고도 명랑한 순간들을 포착하기로 결심했다. 작가가 아이폰과 대형 카메라로 담아낸 어머니 모습은 장난꾸러기 아이 같고, 수줍은 소녀 같기도 한 노인의 모습이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됐다. 김희영 총괄 디렉터는 "초고령화 사회에 점차 많은 인구가 겪게 될 인지 저하증이 처참한 질병이 아닌 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사회적 공감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전시를 기획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하게 교차되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아름다운 날들을 함께 그려갈 수 있기를 소망 한다"고 전했다.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에 이어 2층에서 보너스 같은 전시도 펼친다. 포도뮤지엄 새 프로젝트인 '아카 인 포도'를 진행, 김지영·강서경의 작품을 전시했다. 예술을 통한 지역적 경계를 넘는 대화와 연결의 장을 추구, 아시아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소개할 예정이다. 전시는 20일부터 1년 간 열린다. ◆제주 포도뮤지엄은? 제주 안덕면에 위치한 포도뮤지엄은 겉으로 작아보이지만 내부는 길게 이어진 대형 전시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총괄 디렉터를 맡아 2021년 4월 개관했다. 미래의 가치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다목적 공간을 표방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 가운데서 주제를 선정해,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나누고 타인의 입장에 공감해 보자는 취지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전시에 풍부한 서사를 부여하고, 현대미술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해 여행객들의 '제주 핫플'로 부상했다. 2021년 4월 개관전인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12만 명이 관람하며 입소문을 탔다. 군중 심리에 선동이 가미 되었을 때 혐오가 탄생하는 해악성을 탄탄한 구성으로 풀어내 호평 받았다. 202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빠’로 관람해 화제가 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전시는 이주민과 소수를 향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드러내며 이들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감해 볼 것을 제안했다. 포도뮤지엄 소장품인 세계적인 인기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27명의 광대가 등장하는 설치 작품을 전시해 특히 주목 받았다. 당시 7월 초 종료 예정이었던 전시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2개월 연장과 무료 개방을 하기도 했다. 2024/03/19
레이코 이케무라 국내 첫 미술관 전시…헤레디움서 'Light on the Horizon' 展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HEREDIUM)이 레이코 이케무라 (b.1951) 개인전 ‘Light on the Horizon’ 얼리버드 티켓을 오픈했다. 얼리버드 티켓은 헤레디움 홈페이지 및 공식 예매처인 티켓 링크를 통해 18일부터 내달 2일까지 구매할 수 있다. 성인 1만 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으로 각 정가 대비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이번 전시는 레이코 이케무라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로 내달 3일부터 8월 4일까지 개최된다. 레이코 이케무라는 스위스 바젤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될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현대미술 작가다. 전시는 레이코에게 매우 중요한 예술적 모티브가 된 ‘수평선(Horizon)’을 소개한다. 해안가에서 자란 그녀에게 ‘바다’란 더없이 익숙한 곳이지만, 어느 날 도카이선 열차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생경하고 강렬했다. 태초의 기억과도 같았던 그날의 경험은 레이코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았고, 수평선 너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은 그녀만의 예술의 원천이 되었다. 헤레디움은 수평선 위에 빛이 내려앉을 때(Light on the horizon)를 조명하며, 레이코와 함께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전시 도록 및 아트숍 상품,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레이코 이케무라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질적인 것들을 융합하는 매력은 헤레디움의 특수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헤레디움은 1922년에 만들어진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복원한 건물이다. 근대적 문화유산이라는 과거의 공간에서 동시대적인 다양한 현대미술을 만남으로써 관람객은 시공간의 확장과 융합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작가의 지난 10년간의 최신작으로 구성해 ‘현재’와의 명확한 연결성을 확립했다. 2024/03/18
아트뮤지엄 려, 평면·입체·매체 구입한다…4월 5~15일 접수 여주시미술관 '아트뮤지엄 려'가 18일부터 작품가치가 높은 미술품 등 소장품을 구입한다. 미술사적으로 예술가치가 높은 소장품 확보를 위해 2020년부터 매년 소장품 구입을 공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집한 작품은 미술관 전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획전을 통해 구입 소장품 전시회도 열고 있다. 구입 분야는 ▲평면(한국화, 서양화, 드로잉&판화, 서예) ▲입체(조각) ▲매체(설치, 사진, 영상, 뉴미디어)로 신청 가능한 작품 수는 1인 1점이다. 신청 자격은 작가, 개인 소장가, 법인(화랑, 법인 관련자) 사업자이며 여주시미술관의 위상과 여주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접수 기간은 4월 5일부터 15일까지이다. 미술관 방문 또는 이메일, 등기우편으로 접수한다. 신청서류 및 구입공고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전화(031-887-2627) 또는 미술관홈페이지(www.yeoju.go.kr/ryeo), 여주시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2024/03/18
벚꽃과 문화예술을 함께…대구 아양아트센터 '동촌벚꽃예술제' 벚꽃과 문화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2024 동촌벚꽃예술제'가 오는 27일부터 4월7일까지 대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7일 아양아트센터에 따르면 동촌벚꽃예술제는 2021년 시작해 올해 4회차를 맞이한 시즌 행사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미술작품 감상, 체험행사, 특산품 홍보관 등을 운영해 시민에게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봄나들이를 지원한다. 공간별 행사로는 아양갤러리에 팔공산예술인회 회원 작품 40여 점과 올해의 선정작가 권대자 시인의 시화 40여 점이 전시된다. 야외광장에는 지역 조각가의 대형 조각 작품 7점이 전시된다. 캘리그라피, 향수 및 키링 만들기, 만화 그리기 등 9종의 체험행사와 팔공산 미나리, 목공예 판매 부스 등도 운영된다. 30일 오후 2시와 4시에는 애플트리와 송미해 밴드가 함께하는 '행복+낭만' 버스킹도 준비된다. 아양아트센터 관계자는 "동촌에서 벚꽃을 감상하며 다양한 행사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03/17
광화문 수놓은 '더 키네틱'…콘진원,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옥외 미디어아트 영상 ‘더 키네틱'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최근 콘진원에 따르면 '더 키네틱'은 iF 디자인 어워드 2024 '커뮤니케이션 부문 공공 브랜딩 카테고리'에서 본상을 차지했다. 수상작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콘진원이 지원했고 콘진원과 공동 기획해 이지위드가 제작했다. iF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에서 1953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디자인 공모전으로 레드닷 어워드, 미국의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힌다. 올해는 커뮤니케이션, 제품, 서비스 디자인 등 9개 분야에서 72개국 1만800여 개의 출품작이 경쟁했다. 수상작 ‘더 키네틱’은 지난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현재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 외벽의 LED 스크린 ‘K-컬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작품은 한국의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광화문 광장의 장소적 상징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이 미래지향적인 감각과 교차하는 순간을 키네틱한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또, 한국의 전통적인 색감과 전설 속 동물 해치 등을 활용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수상작은 콘진원의 'K-컬처 스퀘어' 사업 일환으로 제작됐다. ‘K-컬처 스퀘어’는 신기술융합콘텐츠 체험거점 운영 사업으로 콘진원이 2021년 조성했다. 체험형 전시관 'K-컬처 뮤지엄', 초대형 미디어 캔버스 'K-컬처 스크린', 파노라마 화면과 4차원 탑승형 체험기가 융합된 'K-컬처 어트랙션'으로 구성돼 우리나라의 과거·현재·미래의 매력적인 문화 자원을 다양한 신기술융합콘텐츠로 구현했다. 조현래 콘진원 원장은 "이번 수상은 한국적 심미성과 K-신기술융합콘텐츠 우수성을 세계 무대에서 동시에 인정받은 성과"라며 "새로운 신기술융합콘텐츠들이 K-컬처 스퀘어 무대를 발판 삼아 더 큰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4/03/17
관심의 역사를 알다, 부산현대미술관 국제 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 부산현대미술관은 오는 7월 7일까지 미술관 지하 1층 전시실 2·3에서 국제 기획전 '능수능란한 관종'을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능수능란한 관종'은 동시대 미술에 나타나는 여러 층위의 '관종(관심+종자)'을 살펴보는 전시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관심의 역사에 대해 탐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관심을 추구하는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본질적인 부분임을 탐색하고, 예술·광고·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관심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전략들을 조명한다. 또 '관심을 얻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극단적일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을 얼마나 잃어버릴 수 있는지' 등 인간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전시에는 작가, 비평가, 큐레이터, 연구자 등 국내외 23팀(32명)이 참여했다. 회화·조각·사진·영상·설치·비평·연구·아카이브 자료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130여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듀킴과 성능경, 이목하 등 한국 작가 13명과 크리스 버든(Chris Burden·미국), 토마스 허쉬혼(Thomas Hirschhorn·스위스),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이태리) 등 여러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작가 토크, 그림책 읽기 등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도슨트 전시 설명회도 진행된다. 오는 5월에는 전시와 연계한 포스터, 티셔츠, 컵, 에코백 등의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뮤지엄숍도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무료 관람으로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자세한 사항은 현대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2024/03/17
경남도립미술관 20주년, 경남 미술인 34명 대규모 기획전 경남도립미술관(관장 박금숙)은 2024년 개관 20주년 첫 기획전시 '지금 경남 미술-산·섬·들'을 오는 22일부터 5월 26일까지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경남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거나 연고가 있는 50대 이상 중견작가 34명이 참여해 산, 섬, 들, 그리고 도시에 모여 살아가는 우리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경남미협, 경남민미협과 함께 작가 선정, 출품작 조율을 의논했다. 특히, 도민은 물론 미술인과 함께하는 열린 미술관으로 나아가고자 18개 시·군에서 활동하거나 연고가 있는 작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작품은 예술의 자율성을 시각적 영역에서 탐구할뿐만 아니라 사실적으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은유와 상징을 통해 현실 사회를 시각화한다. 이러한 작업 태도는 ‘산’, ‘섬’, ‘들’이라는 전시 제목이 단순히 자연의 풍경으로만 해석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꿈틀거리는 삶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오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개최하며, 강혜인, 공태연, 권산, 김천관, 김형수, 노재환, 박현효, 배용근, 설희숙, 심이성, 오경애, 우순근, 이광영, 이상호, 정원조, 최광호, 최행숙 작가가 참여한다. 2부는 4월 26일부터 5월 26일까지로, 권용복, 김경미, 김동관, 김순기, 김우연, 김종해, 노경호, 박상복, 신미란, 유창환, 이갑임, 이호신, 정봉채, 정순옥, 조현순, 최원미, 하판덕 작가가 참여한다. 1부 1전시실에 참여하는 작가는 일반적 개념과 자신의 내면 사이 충돌이나 접점을 시각화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작가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재현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관찰된 특별한 세계를 현실과의 관계 속에서 탐구한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전통적인 회화가 가지고 있는 재현 방식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어떤 정서나 감정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다. 참여 작가는 공태연, 김형수, 노재환, 오경애, 이상호, 최행숙이다. 1부 2전시실에 참여하는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풍경 즉 산, 섬, 들 또는 삶의 현장에서 작업의 주제를 찾는다. 작가들은 자신의 삶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 삶의 가치를 찾고 이를 자신의 조형 언어로 시각화한다. 작가들이 고민하는 삶의 기본 토대가 결국 ‘산, 섬, 들’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인간과 자연, 삶과 예술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참여작가는 강혜인, 배용근, 설희숙, 우순근, 정원조다. 1부 3전시실에 참여하는 작가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것들에 주목하고 이들에게 애정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조형 세계를 만들고 있다. 작가들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갈망으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작가들의 이러한 고민은 초현실적인 작업으로 구현되고 있지만, 현실에 기반한 이미지 차용은 작품이 끊임없이 현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참여작가는 권산, 김천관, 박현효, 심이성, 이광영, 최광호다. 경남도립미술관 박금숙 관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작업을 내려놓지 않은 미술인들이 우리 지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남 미술의 ‘지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도민이 미술관을 찾아 문화예술을 향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03/16
봄 꽃 나들이 어디로 가세요?…이화익갤러리 10人 '화론'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 화가 10명의 '화론'전시 시작합니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가 매년 새해 첫 전시로 여는 '화론'전이 오는 20일부터 선보인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는 그 동안 9인의 작가들로 구성된 전시지만, 올해부터 기존 참여작가들의 '강추'로 김성국 작가의 합류로 10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정선, 김제민, 신수진, 이광호, 이만나, 이정은, 이창남, 한수정, 허보리 작가의 회화 작품 20여점을 전시한다. 화론전은 '꽃'이라는 단순하지만 포괄적인 주제로 시작됐다. 꽃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만큼 자주 다뤄진 주제이기 때문에 식상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화론'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단순히 '꽃'이라는 주제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통해서 각자의 예술관을 드러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다양한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패턴화 된 형태로 보여주는 김성국 작가의 작업은 개인, 개인 및 사회, 그리고 사회와 사회의 관계를 표현한다. 김정선 작가는 짧게 피었다가 지는 꽃의 찰나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그려낸다. 이미지와 이미지, 이미지와 배경사이의 경계선을 미세하게 중첩하거나 흐리게 표현한 기법은 꽃의 유한한 아름다움과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 상실의 아픔이 느껴진다. 김제민 작가는 드로잉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린다.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풀의 움직임처럼 원하는 다양한 필획의 효과와 마음에 드는 표현을 위해서라면 붓 뿐 만아니라 만년필, 대나무 펜, 심지어 나무젓가락까지도 김제민의 화법을 전달하는 언어가 된다. 신수진 작가의 작품은 꽃이 피어나는 형상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숲과 같이 재현적인 느낌을 주지만, 사실 구체적인 형상을 그린 것이라기보다는 선과 색 등 조형적인 요소들이 수없이 중첩되면서 생성된 추상적인 공간이다. 이광호 작가는 물웅덩이 곳곳에 자라난 기다란 풀, 불그스름하고 하얀 꽃과 습지식물을 그린다. 유화물감을 칠하고 물감이 마르기 전 고무 붓으로 뭉갠 다음 니들(needle)로 긁어내는 이광호 작가의 독특한 작업방식은 생경한 습지풍경의 느낌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만나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 절반이상의 공간에 담쟁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캔버스 위에 반복되는 붓질 사이에 무수히 많은 색의 층을 쌓아서 대상을 드러낸 작품은 마치 담쟁이의 시간을 흉내 내듯 긴 호흡을 담고 있다. 이정은 작가는 닥나무의 섬유로 제작된 장지 위에 동양화 물감으로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장지를 그대로 사용하면 안료의 번짐과 스밈이 일정하지 않아 섬세한 표현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주 묽은 농도로 희석한 아교를 장지 표면에 수차례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고전적인 회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창남 작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화풍과 색감으로 눈앞의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데 몰두한다. 대상의 사실성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하지만, 미묘하게 얼버무리는 지점에서 이창남 작가의 두드러진 회화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한수정 작가는 오랜 기간 동안 꽃을 그리고 있다. 긴 시간 동안 꽃을 그리면서 그 사이 여러 변화가 있었다. 변화의 계기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작가의 의도이기도 하지만, 시력저하와 같은 신체의 변화가 생기면서 연결되는 작업의 변화이기도 하다. 허보리 작가가 그리는 풍경은 전체적인 모습을 그린다기 보다는 대상의 일부분을 조각내어 한곳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표현하는 대상을 자세히 그려내는 것을 넘어서 대상의 에너지와 움직임을 조형적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이화익갤러리는 "10인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화법으로 풀어놓은 다양한 꽃과 자연의 이야기는 화폭으로 만나는 풍성한 봄 나들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4월9일까지. 무료 관람. 2024/03/16
[미술전시]청년작가 이브 셰러·심봉민·한국화가 김종규 개인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은 스위스 출신 작가 이브 셰러(35)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상상 Imagine'을 5월5일까지 개최한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주목할 만한 유럽 예술가 30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핑크 오닉스로 만든 조각과 스위스 풍경을 연상시키는 회화, 혼합 미디어 작품 등 셰리의 다채롭게 제작된 신작을 선보인다. 꽃을 줍는 소년 조각과 추상화된 꽃의 회화 등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서울 청담동 는 청년작가 심봉민을 소개한다. 2023 화랑미술제의 청년작가 발굴 프로그램 10인의 'Zoom-In'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작가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A Gardener'를 타이틀로 연 심봉민 개인전은 작가가 정원사처럼 정성스럽고 소중하게 가꾼 집과 나무가 있는 풍경화를 선보인다. 전시는 4월8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은 한국화가 김종규의 이전과는 다른 시도의 작업을 선보인다.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자연 형상을 그려왔지만, 줄곧 사실적 표현 방식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다"는 작가는 이번 신작은 단순해졌다. 'Back and Front'를 주제로 연 개인전은 세밀하고 섬세한 묘사에서 단순한 면 분할의 비구상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과감한 생략은 되레 명료한 풍경으로 치환되어 깊은 사색의 맛을 전한다. 비단의 앞면과 뒷면에 번갈아 그린 단면들을 겹쳐 놓아 아득한 사유적 풍경을 보여준다. 전시는 4월13일까지 2024/03/16
내가 보고 좋으면 ‘좋은 작품’ 아닌가[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미술사학자가 좋다고 하면 뭐? 그럼 다 좋은 건가? 내가 보고 내가 느끼고 내가 좋으면 그러면 된 거 아냐?” ‘소리 없는 아우성’은 바람 부는 날 펄럭이는 깃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술작품을 만나는 내 마음속에도 있다. 난해한 작품 앞에서 혹은 남들은 별로라 하지만 내 눈길을 빼앗은 작품 앞에서 어색한 웃음으로 가려야 했던 마음속 외침을 ‘사이다’처럼 쏟아낸 컬렉터가 있다. 바로 앨버트 C. 반스(Albert C. Barnes, 1872~1951)다. 누가 뭐래도, 내 갈 길 간다는 그의 ‘마이 웨이’는 이제 수천억원을 헤아리는 컬렉션이 됐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대표적 사립 미술관인 ‘반스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이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민주주의의 주요 장소이자 미술계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록키 계단’으로 더 유명한, 공립 미술관의 대표 주자인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을 비롯해 반스 파운데이션, 로댕 뮤지엄이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를 따라 모여 있다. 올해 안엔 헤르초크 드 뫼롱이 건축한 칼더 정원(Calder Garden)도 문을 연다. 하루를 종일 투자해야 다 돌아볼 수 있는 규모다. 관람객들은 일반적으로 오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보고 점심식사를 한 뒤, 반스 파운데이션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반스 파운데이션을 와봤다면, 두번째부터는 일정을 거꾸로 잡기 마련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르누아르 컬렉션(181점)을 비롯해 세잔(69점), 앙리 마티스(59점), 파블로 피카소(46점), 모딜리아니(16점), 앙리 루소, 쇠라, 고흐의 유화까지 20세기 초반 유럽 거장들의 작업이 모여 있다. 호레이스 포핀 같은 미국 흑인 작가 컬렉션, 아프리카 조각품, 가면, 가구, 동양화, 이집트 조각, 그리스·로마 예술품도 전체 소장품 중 상당한 부분을 점한다. 방대한 규모와 퀄리티에 앞서 들렀던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부푼 기대를 가지고 반스 파운데이션에 방문하면, 처음엔 혼란에 빠진다. 건물은 무척이나 모던한 회색 콘크리트로 사각 반듯하게 지었는데,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로 바뀐다. 기둥과 천정까지 이어지는 아치 모양의 창문부터 연식이 굉장히 오래돼 보이는 나무문까지.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은 본격적인 전시 관람 때 더 심해진다. 작은 방에 작품이 빽빽하게 걸려있다. 연대나 사이즈도 제각각이다. 르누아르의 대형 회화 옆에 중국 회화가 걸려 있고, 심지어 아프리카 조각과 유럽풍의 고가구는 물론 문의 경첩 따위도 뒤죽박죽 섞여있다. 전시를 기획한 관람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굉장히 혼돈스러운 큐레이션 속에서도 거장의 작품은 빛을 발한다. 1층 메인 홀엔 조르주 쇠라의 ‘모델’(Les Poseuses, 1886~1888)이 걸려있다. 가로 249.4㎝, 세로 200㎝에 달하는 대작이다. 2023년 단일 컬렉션 경매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폴 앨런 컬렉션에 포함됐던 작품과 같은 시리즈다. 당시 폴 앨런의 소장 작품은 1억4940만달러(약 2000억원)에 낙찰됐는데, 사이즈는 가로 50㎝, 세로 39.3㎝다. 감히 시가를 짐작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앙리 마티스의 1906년작 ‘삶의 행복’(Le bonheur de vivre)이다. 가로 240.7㎝, 세로 176.5㎝에 달하는 대작으로, 2층 전시장 메인에 걸려있다. 마티스가 1906년 앙데팡당전에 출품한 것을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 첫눈에 반해 사들였고, 오랜 기간 거트루드와 레오 스타인(Leo Stein)의 대표 컬렉션으로 걸려 있다가 반스의 손에 넘어왔다. 거트루드가 “그 시대의 모든 화가에게 흔적을 남길 새로운 색상 공식을 만들었다”고 평했을 정도로 이 작품은 파격적이다. 당시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며 어울리는 아카디아 소재는 일반적이었지만 색상이나 사이즈, 인체의 왜곡은 새로운 시도였다. 제작된 지 100년이 훌쩍 넘었기에 전반적으로 색이 많이 바랬으나 보존 컨디션이 좋은 편이라 노란 카나리아색, 형광에 가까운 초록 등 생생한 색감을 짐작해보기엔 충분하다. 이외에도 반 고흐의 ‘우체부’, 폴 세잔의 ‘벨 뷰에서 본 생빅투아르 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앙리 루소의 ‘호랑이에게 공격받는 정찰병’, 피카소의 ‘곡예사와 어린 할리퀸’ 등도 이 방 저 방에 흩어져 관객을 맞는다. ‘의도가 무엇일까, 숨은 그림 찾기도 아니고…’를 고민케 하는 큐레이션은 사실 반스가 주창한 감상법이다. (다음 주 2편이 이어집니다.) [email protected] 2024/03/16